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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의 현물 ETF 실물환매 허용, 비트코인보다 유동성 구조가 먼저 달라졌다

미국 SEC가 비트코인과 이더 현물 ETF의 실물 설정·환매를 허용하며 ETF 유동성 구조가 재편되는 모습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7월 들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옵션 보유 한도를 100만 계약으로 끌어올리면서, 앞서 단행한 실물(in-kind) 설정·환매 허용의 파급이 시장 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코인 가격의 등락보다 먼저 달라진 것은 기관 투자자의 거래비용과 추적오차, 그리고 ETF를 떠받치는 유동성의 구조다. 자산 자체를 주고받는 실물 방식과 넓어진 파생상품 한도가 맞물리면서, 현물 ETF가 단순한 접근 창구를 넘어 기관용 거래 인프라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금에서 실물로, 무엇이 바뀌었나


SEC는 2025년 7월 29일 지정참가회사(AP)가 비트코인과 이더 현물 ETF 지분을 실물로 설정하고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승인했다(보도자료 2025-101). 그동안 미국에서 승인된 가상자산 현물 상품은 현금(in-cash) 방식의 설정·환매만 허용됐다. AP가 지분을 새로 만들거나 없앨 때 반드시 달러 같은 법정화폐를 매개로 삼아야 했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로 비트코인·이더 상품은 다른 실물 기반 원자재 ETF와 마찬가지로, 코인 자체를 직접 주고받아 지분을 설정하고 환매할 수 있게 됐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승인 직후 SEC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며, 이번 승인으로 상품의 비용이 낮아지고 효율이 높아져 투자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시장 부문을 총괄하는 제이미 셀웨이 국장도 실물 설정·환매가 발행사와 AP, 투자자 모두에게 유연성과 비용 절감을 제공해 더 효율적인 시장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2024년 1월 첫 비트코인 현물 상품이 상장된 이후 줄곧 유지돼 온 현금형 원칙이 풀린 것으로, 블랙록이 그해 1월 실물 방식 도입을 신청한 데 이어 다른 발행사들도 잇따라 요청서를 낸 흐름이 반영됐다.

거래비용과 추적오차를 줄이는 구조


현금형 방식에서는 지분을 만들 때마다 발행사나 AP가 들어온 현금으로 코인을 사들이고, 환매할 때는 코인을 팔아 현금으로 돌려주는 왕복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 수수료와 호가 차이, 체결 시점의 가격 변동, 현금을 쥐고 있는 동안 생기는 이른바 현금 유출입 지연이 비용으로 쌓였다. 기초자산과 펀드 가격이 벌어지는 추적오차의 한 축도 여기서 비롯됐다.

실물 방식은 이 환전 단계를 통째로 걷어낸다. AP가 코인을 직접 인도하고 받는 만큼 중간 매매가 사라지고, 그만큼 거래비용과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 SEC가 승인 근거로 든 효용이다. 설정·환매 차익거래가 매끄러워지면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NAV)에서 벌어지는 프리미엄·디스카운트 폭도 좁아진다. 시장에서는 실물 전환이 자리를 잡을수록 추적오차가 줄고, 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굴릴 때 겪는 마찰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현금 대신 코인을 직접 주고받아 ETF 지분을 설정하고 환매하는 실물 방식을 상징하는 이미지
실물 설정·환매는 법정화폐 환전 단계를 없애 거래비용과 추적오차를 줄이는 것으로 평가된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옵션 한도, 2만5000에서 25만, 다시 100만 계약으로


유동성 구조의 변화는 파생상품 쪽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2025년 7월 승인에는 특정 비트코인 상품 옵션의 보유 한도를 일반 상한선인 25만 계약까지 끌어올리는 안건이 함께 담겼다. 이어 나스닥 ISE가 옵션 한도를 25만에서 100만 계약으로 확대하는 승인을 받았고, 2026년 7월 SEC는 뉴욕증권거래소 아카(NYSE Arca)의 규정 개정을 승인해 블랙록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IBIT) 옵션의 보유·행사 한도를 100만 계약으로 맞췄다.

이번 개정은 미 연방관보에 7월 20일자로 게재됐으며, 관련 규정을 고쳐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한도가 2만5000계약에서 25만으로, 다시 100만 계약으로 두 차례에 걸쳐 네 배씩 뛴 셈이다. 100만 계약 수준은 애플과 엔비디아, S&P500 지수 ETF 옵션과 같은 한도 등급으로, 비트코인 ETF 옵션이 대형 우량주 파생상품과 동일한 격에 올라섰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거래소 측은 기존 25만 계약 상한이 실제 거래 규모를 더는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을 개정 사유로 들었다.

기관 헤지·구조화 상품의 병목이 풀린다


한도 확대는 기관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여유 공간을 열어줬다. 커버드콜로 추가 수익을 노리거나 하락 위험을 방어하는 칼라 전략, 연기금 자금을 겨냥한 구조화 상품을 대규모로 운용하려면 옵션을 대량으로 보유해야 하는데, 25만 계약 상한은 이를 가로막는 천장으로 작용해 왔다. 시장 조성자 입장에서도 유동성을 넓게 공급하려면 한도의 여유가 필요했다.

이 병목이 풀리면서 IBIT를 기관 규모의 자산배분에 편입하기 어렵게 만들던 구조적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옵션 시장이 깊어지면 위험을 관리할 수단이 늘어 기초 ETF 거래도 함께 원활해진다. 다만 옵션과 구조화 상품이 불어날수록 실제 코인이 오가지 않는 이른바 종이 비트코인 층이 두꺼워진다는 지적도 병존한다. 파생상품을 통한 가격 노출이 커지는 만큼, 현물 공급과 무관한 레버리지가 확대되는 양면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ETF 옵션 한도 확대로 기관의 헤지·구조화 전략 여력이 커진 것을 상징하는 이미지
IBIT 옵션 한도가 100만 계약으로 확대되며 애플·엔비디아 등과 같은 등급에 올랐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구조는 달라졌지만 남은 확인 과제


제도의 뼈대는 바뀌었지만, 변화가 실제 수급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물 설정·환매의 효과는 AP와 수탁 인프라가 코인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주고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 정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옵션 한도 확대 역시 미결제약정이 옛 상한선인 25만 계약을 실제로 넘어서야 기관 자금이 유입됐다는 신호로 확인된다.

규제 절차상 이번 개정들은 즉시 효력을 갖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이 함께 진행된다. 결국 값의 방향보다 먼저 달라진 것은 비용과 추적오차, 유동성이라는 시장의 배관이다. 실물 전환과 넓어진 파생상품 한도가 기관의 거래 방식을 어떻게 재편하는지가, 현물 ETF 시장의 다음 국면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이 글은 공개된 규제 자료와 보도를 정리한 정보성 콘텐츠로, 특정 자산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는다. 제도의 시행 시점과 세부 수치는 기관과 거래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