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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전력망 ESS 수주 대박…전기차 캐즘 딛고 2차전지 반등 신호탄일까

전력망에 연결된 대형 ESS 배터리 컨테이너를 상징하는 이미지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삼성SDI를 앞세운 2차전지 대형주가 2026년 여름 다시 시장의 한복판으로 돌아왔다. 전기차 판매 둔화에 밀려 한동안 소외됐던 배터리 업종이, 이번에는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소식을 연료 삼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들어 삼성SDI가 정부가 처음 발주한 AI 배전망용 ESS 사업에서 최대 물량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심리는 '캐즘'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있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온도를 나타냈다.

전력망 수주가 다시 불붙인 배터리 대형주


올해 초만 해도 배터리주 반등의 명분은 로봇과 차세대 배터리였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5,000선을 밟던 날 삼성SDI가 하루 18%가 넘게 뛰며 신고가를 갈아치운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름으로 접어들자 상승의 근거는 한층 손에 잡히는 '실물 계약'으로 옮겨갔다. 눈에 보이는 수주 잔고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실적 개선을 미리 사두려는 자금이 다시 유입된 것이다. 테마성 기대가 아니라 매출로 환산되는 계약이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반등의 질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전탑 옆에 늘어선 대형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삼성SDI는 정부의 첫 AI 배전망 ESS 사업에서 공급 용량의 3분의 2가량을 확보했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정부 첫 AI 배전망 ESS, 물량 3분의 2를 가져오다


분위기를 바꾼 결정타는 7월 10일에 나왔다. 정부가 호남 지역 전력 인프라를 보강하려고 처음으로 발주한 AI 기반의 배전망 ESS 프로젝트에서 삼성SDI가 공급 용량의 3분의 2가량을 손에 넣었다는 내용이다. 사업을 따낸 컨소시엄 아홉 곳 가운데 여섯 곳이 이 회사 배터리셀을 골랐고, 서른두 개 배전 선로 중 스물한 개에 삼성SDI 제품이 들어간다. 단순히 셀만 대는 데 그치지 않고 'SBB 1.5'라는 통합 솔루션 형태로 공급한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배터리 회사가 부품 납품자에서 시스템 공급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국내는 과반, 미국은 조 단위…겹겹이 쌓인 잔고


수주 릴레이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주관하는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삼성SDI는 첫 입찰 76%가량, 두 번째 입찰 36%를 확보해 두 번을 합치면 56% 안팎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규모가 더 커진다. 앞서 3월에는 미주법인이 미국의 한 대형 에너지 기업과 1조5000억원 안팎의 각형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이 물량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NCA와 LFP를 순차적으로 대는 방식이다. 여기에 2조원을 웃도는 인산철 배터리 장기 계약이 별도로 더해져, 연 매출의 15%를 넘는 몫이 2027년 이후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의 빈자리, 데이터센터가 채운다


이 흐름의 밑바탕에는 전기차 시장이 지나는 이른바 '캐즘', 곧 대중화 직전의 수요 정체 구간이 있다. 보조금이 줄고 가격 경쟁이 매서워지면서 완성차의 전동화 속도가 느려지자, 배터리 업체들은 성장의 무게추를 옮길 곳을 찾아야 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무대가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다. 정부가 6월 말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세 갈래 성장축으로 내세우며 초대형 투자 구상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인공지능 서버는 막대한 전력을 쉼 없이 빨아들이는데, 그 전력을 고르게 저장하고 되돌려주려면 대규모 ESS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전기차가 주춤한 사이 ESS가 배터리 업종의 새 성장 엔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셈이다.

구분핵심 내용규모·시점
AI 배전망 ESS(국내)공급 용량 점유약 66% · 2026년 7월
ESS 중앙계약시장(국내)1·2차 누적 점유약 56% 선두
미국 각형 ESS 계약NCA·LFP 순차 공급약 1.5조원 · ~2029년
미국 인산철 장기계약LFP ESS 물량2조원 이상 · 2027년~
목표주가(증권가)ESS·전고체 기대 반영58만→80만원 상향
자동화 라인 위에 놓인 각형 배터리 모듈
국내외 ESS 수주가 겹겹이 쌓이면서 2차전지 대형주에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반등 신호일까, 남은 변수는


관건은 이 수주 랠리가 실적과 주가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긍정적인 대목은 분명하다. 조 단위 장기 계약은 몇 년치 매출을 미리 확보해 주고, 고니켈 NCA에 저가형 인산철 라인업까지 넓히면서 가격 경쟁이 격한 구간도 버틸 힘이 생겼다.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잇달아 끌어올리는 것도 이런 기대를 담은 반응이다. 반대로 경계할 지점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사의 저가 공세는 마진을 얇게 깎을 수 있고, 금리와 전력 정책의 방향에 따라 ESS 투자 사이클 자체가 출렁일 수 있다. 결국 쌓인 수주가 실제 이익으로 환산되는 속도와 폭이 이번 반등의 진위를 가를 것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정리이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