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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증권계좌로 사는 날은 언제쯤일까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도입 추진을 상징하는 이미지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정부가 국내 증시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들여오기 위한 제도 손질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이 그 출발점이다. 여기에는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고치겠다는 방침이 실렸다. 다만 지금은 도입을 추진하고 법 개정을 뒷받침하겠다는 방향을 세운 단계로, 어떤 상품이 언제 증시에 오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개인이 실제로 증권계좌로 비트코인 ETF를 사기까지는 법 개정과 세부 규정 마련, 상장 심사라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이 제시한 방향


이번 전략의 큰 줄기는 그동안 제도 밖에 머물던 디지털자산을 금융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정부는 미국과 홍콩 등에서 이미 관련 상품이 활발히 거래된다는 점을 들어,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열쇠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현행법이 기초자산으로 열거한 것은 통화나 주식·채권 같은 금융투자상품, 그리고 농산물·광물·에너지 같은 실물 정도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위가 지정해 고시한 종목에 한해 기초자산 자격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금은 왜 증권계좌로 못 사나


기초자산 문제 탓에 현물 상품은 설계 자체가 막혀 있다. 현물 ETF를 굴리려면 운용사가 실제 코인을 사 모아 편입하고 그 값을 따라가도록 상품을 운용해야 하는데, 가상자산이 기초자산 대접을 받지 못하니 이런 상품을 국내 증시에 올릴 근거가 없다. 이 벽은 해외 상품에도 미쳤다. 미국이 2024년 초 처음으로 관련 상품의 문을 연 뒤에도,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품을 중개하는 행위조차 현행법에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증권사들은 신규 매수를 잇달아 닫았다. 올해 초 시행령 개정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상품이 지난 5월 처음 나온 것과 달리, 현물 ETF는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 본문을 손봐야 해 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법전과 의사봉 옆에 놓인 비트코인 동전
비트코인을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하려면 시행령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본문을 고쳐야 한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실제 매수까지 남은 관문


법이 바뀐다고 곧바로 매수 버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첫 단추는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지난해 6월 한 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1년 넘게 상임위 심사에 머물러 있고 이후 처리 일정도 뚜렷하지 않다. 법이 통과되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가격 산정, 위험 관리, 공시, 수탁 방식 같은 세부 규정을 짜야 한다. 이어 운용사가 상품을 설계해 인가를 받고 증권신고서를 낸 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 호가를 대는 유동성공급자와 지정참가회사, 실물 코인을 맡아 둘 수탁기관까지 갖춰야 비로소 거래가 열린다. 여러 단계가 순서대로 맞물려 있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간 미국 사례와의 대비


비교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2024년 1월 비트코인을 담는 현물 ETF 11개에 한꺼번에 상장의 문을 열어줬고, 감독당국이 빗장을 풀자 첫해에만 350억달러가 넘는 돈이 이들 상품으로 흘러들었다. 뒤이어 이더리움을 기초로 한 현물 상품까지 상장되며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빨라졌다. 한국이 이제 개정에 나선 것은 미국의 첫 상장에서 두 해 가까이 지난 시점으로, 앞선 시장에서 수요와 부작용을 지켜본 뒤 뒤따라가는 모양새에 가깝다.

증권사 앱과 하드웨어 지갑, 비트코인 동전을 나란히 놓은 모습
현물 ETF는 증권계좌로, 직접 매수는 거래소·개인 지갑으로 — 보관과 세금 구조가 갈린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거래소 직접 매수와 무엇이 다른가


현물 ETF가 열리면 지금처럼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에서 코인을 곧바로 사는 방식과 몇 가지가 갈린다. 먼저 보관이다. ETF에서는 운용사와 지정된 보관기관이 실물 코인을 대신 들고 있어, 개인이 지갑을 관리하다 해킹이나 분실로 잃을 위험이 줄어든다. 대신 해마다 운용보수가 붙는다. 미국 현물 상품의 보수가 대체로 연 0.2~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매 수수료가 0.05~0.2% 수준인 거래소 직접 매수보다 오래 들고 있을 때의 비용은 커질 수 있다. 세금 구조도 다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는 2027년 시행을 앞두고 미뤄진 상태인 반면, 해외에 상장된 상품은 이미 연 250만원을 공제한 초과분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정작 국내에 오를 현물 ETF의 과세 방식은 세부 규정에서 정해질 몫이라 지금은 확정된 것이 없다. 비트코인 자체가 배당을 주지 않아 대부분의 현물 상품이 분배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둘 만하다.

성급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는 도입하겠다는 선언이자 법 개정을 밀어주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상품 종류도, 상장 시기도 확정된 것이 없다. 시장 분위기도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에서 오간 거래대금은 3600억달러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투자 열기가 증시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 현물 ETF가 식은 수요를 다시 끌어올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입법이 늦어지면 도입도 더 밀릴 수 있다는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제도가 실제 개인의 증권계좌에 닿기까지는 국회 논의와 세부 규정, 상장 심사가 어디까지 왔는지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