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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은행이 코인 찍는 시대는 어디까지 왔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추진을 상징하는 이미지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원화에 가치를 고정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입법의 문턱에 서 있다. 금융위원회는 발행과 유통 규율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다시 확인했고, 9월 문을 여는 정기국회가 그 성패를 가를 고비로 꼽힌다. 다만 지금은 여러 법안이 발의돼 방향을 다투는 단계일 뿐, 누가 코인을 찍을 수 있는지도 언제부터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은행이 원화 코인을 발행하는 그림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이 역시 관계기관이 조율하고 있는 방향에 가깝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어떤 법인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뒤이은 이른바 2단계 입법으로 통한다. 앞선 법이 이용자 자산을 지키고 불공정거래를 막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 법은 디지털자산의 정의에서 출발해 발행과 공시, 영업 규율,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까지 산업 전반의 밑그림을 그린다. 논의의 출발점은 지난해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국내에 세운 법인이 자기자본 5억원 요건을 채우고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찍을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 뼈대이며,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와 업계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도 함께 담겼다. 이후 여당과 정부가 각자 안을 손보면서 하나로 묶은 통합 법안을 만드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은행 건물과 디지털 토큰을 나란히 놓은 개념 이미지
금융당국은 은행이 발행사 지분의 과반을 갖는 구조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은행이 찍나, 핀테크도 되나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대목은 발행 주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발행사 지분의 절반을 조금 넘겨 쥐는 이른바 '50%+1주' 형태를 밀고 있다. 신원 확인과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갖춘 은행을 축으로 삼아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통화와 금융 안정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역시 은행이 앞장서는 방식에 힘을 싣는다. 이창용 총재는 원화 코인이 사실상 화폐를 대신하는 수단인 만큼, 은행 바깥에서 제약 없이 찍어내면 통화정책의 약발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반대편에는 핀테크와 정보기술 기업에도 문을 넓게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발행에 필요한 초기 자기자본을 두고도 5억원부터 수백억원까지 견해차가 크다. 정작 금융위원회는 발행 주체와 주주 구성 같은 핵심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준비금은 얼마나 쌓고, 얼마나 안전한가


제도의 신뢰는 코인 뒤를 받치는 준비금에서 갈린다. 발의된 법안들은 발행한 물량에 맞먹거나 그 이상을 원화 예금이나 국채처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으로 쌓아두도록 요구한다. 달마다 준비 자산을 외부 감사로 검증받게 하자는 안도 함께 오간다. 다만 원화 코인을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판으로 여기기에는 이르다. 한국은행은 '1코인은 1원'이라는 약속이 발행사와 보유자 사이의 사적 계약일 뿐 국가가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짚는다. 발행사가 무너지면 예금자보호 대상에서도 비켜서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발행사 서클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이 무너졌을 때 준비금 일부가 묶이며 잠시 가치가 흔들린 적이 있다.

의사봉과 법률 문서, 디지털 지갑을 함께 배치한 개념 이미지
법이 통과돼도 시행령 정비가 남아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린다.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시행까지 남은 문턱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여럿이다. 원화 코인 발행 구조와 나란히, 가상자산 거래소를 지배하는 대주주의 지분을 어디까지 묶을지가 또 하나의 뇌관으로 꼽힌다. 여당과 금융위원회는 상한을 20% 안팎으로 두되 몇 해의 유예를 주는 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거래소들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이내 국정감사 국면과 맞물려 법안을 들여다볼 시간이 빠듯해진다. 설령 법이 통과되더라도 세부 기준을 정하는 시행령을 다시 짜야 하는 만큼, 개인이 원화 코인을 실제로 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가 지금 챙겨야 할 것


지금 확실한 것은 아직 확정된 규칙이 없다는 사실 하나다. 발행 주체도, 자기자본 요건도, 도입 시기도 모두 국회의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 그런 만큼 특정 코인이나 관련 기업의 수혜를 미리 점치는 일은 섣부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이자가 붙는 예금이 아니라 값을 일정하게 붙들어 두려 애쓰는 지급수단에 가깝다. 훗날 상품을 고를 때는 발행사가 준비금을 얼마나, 어떤 자산으로 쌓아두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돌려받을 권리가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편이 안전하다. 결국 지금은 법안이 어떤 모습으로 다듬어져 가는지 차분히 지켜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