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대신 매출·거래 데이터로 심사한다, 소상공인 특화신용평가 8월 은행권 시범 도입

담보나 재무제표가 부족해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자영업자를 위한 새로운 심사 방식이 곧 현장에 적용된다. 금융당국이 준비해 온 소상공인 특화신용평가모형이 8월 말부터 은행권 대출 심사에 시범 반영되면서, 점포의 매출 흐름과 거래 데이터가 대출 가부와 금리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담보 가치와 과거 금융 이력에 무게를 두던 기존 평가와 달리, 사업 자체의 활력과 성장 여력을 숫자로 읽어내겠다는 취지다.
8월 말 은행권 시범 적용, 규모 2조2천억 원으로 확대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 특화신용평가모형, 이른바 SCB를 8월 말부터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에 우선 적용한다. 지난 7월 15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시된 계획은 2조 원 규모였으나, 이후 신용평가체계 개편 실무 논의를 거치며 대상이 넓어졌다. 당초 7개 은행, 1조8000억 원 안팎이던 시범 범위는 참여 기관이 늘어나면서 16개 은행, 약 2조2000억 원 규모의 사업자 대출로 커졌다.
먼저 창구를 여는 곳은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과 제주은행 등 7곳이다. 이들은 8월 말부터 준비된 순서대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과 Sh수협은행, iM뱅크, 그리고 BNK부산·BNK경남은행과 광주·전북은행이 하반기 중 차례로 합류할 예정이다. 관련 감독규정과 여신심사 지침은 8월 안에 정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매출·상권 데이터로 성장등급을 매긴다
새 모형의 핵심은 무엇을 근거로 사업자의 신용을 판단하느냐에 있다. SCB는 담보나 연체 기록 같은 전통적 지표 대신, 가게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과 그 흐름을 촘촘히 들여다본다. 카드 결제로 잡히는 매출의 규모와 추이, 거래가 꾸준히 이어졌는지, 영업을 이어 온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가 대표적인 판단 재료다.
여기에 점포가 놓인 상권의 특성과 업종별 흐름, 고용 인원, 손님들의 인지도와 수요, 배달·유통 플랫폼에 남은 방문과 재방문 기록까지 폭넓게 반영된다. 이렇게 모은 비재무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사업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등급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재무제표 한 장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영업의 실체를 데이터로 포착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성장등급이 기존 신용등급과 결합되는 구조
SCB는 은행의 심사를 통째로 대체하지 않는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대안정보로 뽑아낸 성장등급을 신용평가회사(CB)가 매겨 온 기존 신용등급과 합쳐 하나의 SCB 등급으로 만들고, 은행은 이를 참고 지표로 심사에 얹는 구조다. 성장 잠재력이 높게 나온 사업자는 종전보다 나은 등급을 부여받아, 대출 승인은 물론 금리와 한도에서 유리한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과거 금융거래가 적거나 신용점수가 낮더라도, 장사가 잘되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되면 평가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은행마다 이 등급을 얼마나 비중 있게 반영할지는 정책에 따라 갈릴 수 있어, 같은 사업자라도 창구에 따라 조건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담보·이력이 약한 자영업자에게 열리는 길
이번 변화가 가장 크게 와닿는 대상은 담보가 변변치 않거나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사업자다. 번듯한 부동산이나 보증을 앞세우기 어려운 골목 상점, 온라인을 기반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소규모 창업자라도, 결제 데이터와 상권 지표가 뒷받침되면 심사대에서 밀리지 않을 길이 열린다. 중간 정도의 신용도를 지닌 개인사업자가 특히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범 단계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새 등급은 기존 심사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자료로 쓰이며,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매출 변동이 큰 사업장은 오히려 불리하게 읽힐 소지도 있다. 꾸준한 매출과 안정적인 거래, 성실한 납부 이력을 쌓아 두는 편이 유리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사잇돌대출·지역 보증으로 확대 추진
금융당국은 은행권 시범 적용에 그치지 않고 적용 범위를 넓혀 갈 방침이다. 우선 10월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인 자영업자용 사잇돌대출에도 이 성장등급을 끌어다 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상품은 대출 한도가 3000만 원으로 오르고(현재 2000만 원), 연간 공급 규모도 최대 15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성장성이 높은 중신용 사업자에게는 금리를 깎아 주는 방안이 업계와 협의될 예정이다.
이듬해에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서는 보증 심사와 평가에도 성장등급을 확대 적용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재무와 신용도 위주로 돌아가던 보증 심사에 상권 같은 비재무 정보를 더해 성장 여력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감독규정과 여신심사 지침 정비를 8월 중 마무리하고, 등급을 어떻게 반영할지의 절차와 임직원 면책 기준을 담은 운영 지침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시범 운영 성과를 지켜본 뒤 적용 대상을 점차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이 글은 공개된 정책 자료와 언론 보도를 정리한 정보성 콘텐츠로, 특정 금융상품의 가입이나 대출을 권유하지 않는다. 시범 적용의 세부 조건과 규모, 참여 기관은 준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 대출 여부와 조건은 각 은행의 심사 결과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