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5% 급락…'오픈AI 2500억 달러 보증설'과 AI 순환금융 논쟁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약 5% 급락하며 미국 반도체주 전반을 끌어내렸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에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AI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다시 불붙은 것이다.
엔비디아 급락에 반도체주 도미노 약세
엔비디아(NVDA)는 직전 거래일 약 5% 하락하며 주당 200달러 선을 내줬다. 이날 급락으로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도 애플에 다시 넘겨줬다.
충격은 엔비디아 한 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AMD가 5% 넘게 급락했고,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인 마이크론(MU)과 SK하이닉스도 각각 2%, 7% 이상 밀렸다. 인텔과 델, 네덜란드 노광장비 업체 ASML 등 AI 인프라 관련주가 폭넓게 약세를 보였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2,500억 달러 보증설이 방아쇠
이번 매도세의 직접적 계기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임차 비용을 위해 최대 2,5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보증(백스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소프트뱅크 계열 에너지 자회사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진하는 10기가와트급 AI 캠퍼스로, 전체 사업비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아직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사업 시행 주체가 오픈AI 대신 엔비디아의 재무 여력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구조가 거론된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자사 칩 구매 자금까지 별도로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더해지며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다.
AI 순환금융이란 무엇인가
순환금융은 부품·장비 공급업체가 자신의 주요 고객사에 직접 자금을 대거나 보증을 서고, 그 자금이 다시 공급업체의 제품 구매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뜻한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면 오픈AI는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고, 이는 다시 엔비디아의 매출로 잡히는 흐름이다.
이 경우 공급업체의 실적이 겉으로는 견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만들어 낸 수요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가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자금 지원이 만들어 낸 착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런 형태의 거래가 잇따르자, 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실제 최종 수요보다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이 경계하는 시스템 리스크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이 같은 구조가 위험을 특정 기업 한 곳에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회사채의 부도 위험을 헤지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이 하루 기준 사상 최대 폭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자금 지원 약정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가 떠안을 신용 위험도 커진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정보기술 버블 국면에서도 통신·장비 업체들의 벤더 파이낸싱, 즉 공급자 금융이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전례가 있다. 일부 시장 참여자는 이번 사례를 두고 위험이 돌고 도는 구조라며 날 선 비판을 내놨다.
빅테크 실적 앞두고 커지는 의구심
공교롭게도 이번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은 이들 기업이 AI 관련 설비 투자를 추가로 늘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언제쯤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앞서 SK그룹과 AI 팩토리·차세대 메모리를 아우르는 5,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협력도 발표한 바 있다. 잇단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장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복잡해진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관전 포인트
관건은 엔비디아의 보증이 실제 계약으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그 규모와 조건이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다. 보증이 확정되면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구축은 탄력을 받겠지만, 엔비디아의 재무 부담과 순환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용부도스와프 등 채권 시장의 위험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투자 심리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로서는 이번 주 빅테크 실적에서 드러날 AI 투자 규모와 수익화 진척, 그리고 엔비디아와 오픈AI 간 협의의 진행 상황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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